국립 중앙 박물관에는 구워 만든 청자 기와를 올려, 푸른 빚이 나는 정자가 있다.
그 정자의 기와를 바꾸는 공사가 지금 진행 중이다.
그래서 한참 큰 거울못의 물이 싹 빠져있는 상태다.
간식을 하나 들고 정원에 앉아서 물이 빠진 연못의 땅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이상한 그림자가 움직인다.
자라다.
자라가 그늘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오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자라는 기본적으로 수생동물이라고 한다.
피부를 통해서 수분손실이 일어나는데 너무 많이 일어나면 위험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물 속에서 사는 동물인데다가 피부 자체가 건조에도 취약하고, 수중 호흡에 더 적응된 동물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물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는 장기간 생존하기라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는 11월 27일을 예정으로 마칠 것이라 한다. 2~3주에 가까운 시간동안 물 밖에서 지내야하는 것이다.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자라를 보시고는 너무 안타까워 하시며 내 옆으로 오셨다.
"쟤는 갑자기 가뭄이 온 줄 알거아냐."
"쟤도 어디로 데려가놓던가 했어야지. 어떡해."
자라는 숨을 고르면서 계속 그늘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뭘 도와줄수도 없어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어제 조금은 비가 왔다.
연못에 고일만큼은 아니지만.
오늘은 잘 버텼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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