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1초씩 빨리 사는 여자(샤오치지 역, 이패유)와 1초씩 느리게 사는 남자(타이 역, 류관팅)의 이야기다.
영화의 흥미로운 설정 '시간 이자'
하루가 지나도 남들보다 덜 산 남자주인공에게
재미있는 설정은 1초씩 느리게 산 것이 차곡차곡 이자로 모여 돌아온다는 것.
즉, 인생에서 이 이자가 어느날 모여 특별한 24시간을 다가온다.
다만, 남들에게는 그 특별한 하루, 이자로 돌려받은 그 하루가 없기 때문에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멈워있는다.
하루가 지나면 남들보다 더 산 여자주인공에게는
차곡차곡 모여, 하루가 사라진다.
둘이 1초씩 모은 이자가 같은날 효과를 발휘하고, 그날은 발렌타인데이인 것.
남자에게는 발렌타인 데이가 두 번 지나가고, 여자에게는 발렌타인이 사라진다.
기억에서 감쪽 같이 잊혀진 것들, '수없이 잃어버리는 지우개들, 양말 한 쪽, 잊어버리는 추억'
놀랍게도 완전히 잊어버리는 물건, 추억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잊어버리면 양반이다. 정반대로 기억하는 순간들도 많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만 보기에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인생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부터 굉장히 비현실적인 요소이기는 하다.
중간에 등장하는 도마뱀 할아버지는 영화에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가볍지만 강하게 짚어준다. 마치 타임스탬프가 찍히는 듯하다.
또 여자주인공이 즐겨 듣는 라디오 진행자는 '모자이크'라는 닉네임을 가진 만큼, 모자이크된 얼굴을 가지고 등장한다. 이 설정 또한 재밌다. 모자이크라는 닉네임이 없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이다. 라디오는 말그대로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것이니까, 굳이 닉네임 때문에 모자이크하였다라는 설정은 불필요해보인다.
라디오는 극중에서 여자 주인공의 내면 이야기나 변화를 끌어내는데에 자연스러운 장치로 활용된다. 동시에 쉽게 잃어버리는 양말 한 쪽의 이야기로 '잊어버린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해 한 번 더 환기해준다.
어릴 적 추억에서 이끌어내는 짝사랑, 이해가지 않는 여자 주인공의 행동
시간 이자를 받는 날, 발렌타인데이는 남자주인공을 위한 날이기에 모든 사람들은 마네킹처럼 멈춰있다.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처음 마주하는 남자주인공은 전혀 놀라지도 않으며 순간을 행복하게 즐긴다.
대만의 아름다운 풍경이 사진처럼 가로질러 가면서 사진 속에 달리는 사람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내 애매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기막히게 여자를 발견한 남자주인공은 짝사랑해왔던 여자를 데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바닷가로 데려간다. 반응 없는 여자 주인공은 웃고있는 표정으로 멈추었기에 다행이지만, 미동도 없는 여자주인공을 데리고 다니며 혹은 원하는 포즈로 바꿔가면서 사진을 찍는 장면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아름다운 장면이자 추억으로 남겨지기는 하지만 기괴함이 공존한다.
중간에 버스를 몰고 돌아가는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의 아버지를 우연히 만난다.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그 역시 남자주인공처럼 시간 이자를 받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즈음 밤 버스가 둘의 대화 속에 달리는 장면에서는 인터스텔라가 떠올랐다.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사는 둘의 대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인터스텔라의 이야기와 겹쳐서 였을까 고민해본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은 편지 덕분이다.
그리고는 완전히 잊혀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적 잠깐 추억을 함께 했던 친구이자, 편지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던 친구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그의 정체를 알아내 사라진 그를 찾아, 그가 있을 만한 동네로 전근을 신청한다. 여기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매일 자신이 근무하는 우체국에 와서 편지를 붙이며 마음을 전했던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 주인공이 아주 잠깐, 어릴적 같은 병원에서 추억을 가졌던 친구를 기억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해피엔딩이다. 마지막은 멋진 사진들이 지나가며 끝이 난다.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여자를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 광고로 쓰도록 놔두는 남자주인공은 이해가 가지않는다.
다만, 류관팅이라는 배우가 깡패부터 순수하고 바보같은 역할까지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며 적극적으로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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