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다.
매운 편은 아니다. 저 위에 올라간 부추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맛집을 찾아 다니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맛집보다도 매콤한 음식을 찾아가는 날이 생겼다.
두부 요리에 면사리라니 낯설다.
그런데 아주 낯설지도 않은 것은 지난 여름에 강원도에서 먹었던 제육볶음 덕이다.
먹는 내내 마음이 롤러코스터였다.
두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집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날이었다.
닭갈비 집을 찾으며 헤매다가 도착한 마지막 3번째 가게였다.
네이버 지도의 안내와 달리 "몸이 힘들어서 닭갈비는 안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할머니의 몸이 편치 않은지 오래되신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전부 서빙을 하고 계셨고, 많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할머니께서는 힘에 부쳐보이셨다.
제육볶음을 시켰는데, 주방에서 할머니가 "라면 넣어줘?"하고 물으셨다.
"네?"
"면 넣어줄까?"
"네."
사실은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았다. 그냥 할머니를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온 음식이 저 사진 속 음식이다.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면서 웃는 할아버지는 틈틈이 할머니를 챙기셨다.
점심 손님이 좀 줄어들어 식사를 시작하시는 모양이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아무 이유도 없이 면을 듬뿍 주시는 것을 보고
마치 잘 아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할머니를 아끼고 살피시는 할아버지 모습에 마음이 점점 슬퍼졌다.
친구가 카드를 꺼내려다 머뭇하는 나를 보고, 얼른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식사하는 할아버지께 드렸다.
식사 중에 계산대까지 걸어나오시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식사를 하시다 건네는 돈을 받고 인사를 드리자, "젊은이들 이동네에서 보기 힘든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하며 활짝 웃으셨다. 우리도 덩달아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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